
향정신성의약품을 다루는 병원은 처방과 투약이 있을 때마다 품명, 수량, 취급한 날, 받은 환자 등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보고합니다. 처방한 사람과 전산에 등록하는 사람이 다르면 보고 내용이 진료 기록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이미 올린 내용을 고치려면 총리령에서 정한 절차와 시기에 맞춰 변경보고를 따로 해야 합니다.
의뢰인은 의사를 채용해 병원을 꾸리는 개설자이자 대표입니다. 고용된 의사가 어느 환자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했는데, 병원의 한 직원이 이를 실제 처방일이 아닌 다른 날에 처방·투약한 것처럼 등록했고, 정해진 시기 안에 고치는 변경보고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관할 보건소는 이 일을 문제 삼아 고발했고, 처방한 의사와 함께 의뢰인도 피의자가 되었습니다. 의뢰인에게 적힌 혐의는 변경보고 등 위반이 생기지 않도록 해당 업무에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쟁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종업원이 업무에 관해 죄를 범하면 행위자 외에 그를 쓴 개인이나 법인도 벌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다만 사업주가 위반을 막으려고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병원 대표는 처방도 입력도 직접 하지 않았지만 이 조항 때문에 수사 대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대표의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소속 의사 쪽에 먼저 처벌할 만한 위반이 있느냐는 점입니다. 소속 의사의 위반이 인정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정되지 않을 때 감독 책임을 따로 물을 근거가 남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이었습니다.
대표 책임의 출발점은 행위자의 범죄
변호인은 의뢰인에게 걸린 혐의가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고용된 의사의 위반을 토대로 한 것이라는 점을 앞세웠습니다. 감독 소홀은 막아야 할 위반이 실제로 있었을 때 비로소 문제 되므로, 수사기관이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의사의 행위라는 순서를 분명히 했습니다.
토대가 흔들리면 남는 근거가 없다는 점
그다음으로 소속 의사의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의사의 혐의와 떼어서 의뢰인의 감독 소홀을 뒷받침할 별도의 증거가 기록에 없다는 점을 다투었습니다.

검사는 의뢰인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혐의가 없다는 불기소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정서에 담긴 판단은 이렇습니다.
▲ 의뢰인의 혐의는 고용된 의사의 혐의가 성립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인 점
▲ 그런데 그 의사의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점
▲ 따라서 의뢰인의 피의사실도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뒷받침할 다른 증거도 없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