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서 사실 확인 연락이 오고, 몇 달 뒤 보건복지부의 사전통지서가 도착합니다. 처분 사유는 '비도덕적 진료행위', 처분 내용은 자격정지 3개월. 냉장고에 남아 있던 백신 한 병의 유효기한을 놓친 의사가 받게 되는 서류입니다. 2026년 10월 대법원은 이런 경우 처분기준표만 보고 면허를 정지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이 판결은 제가 이은혜 변호사와 함께 의사 측 소송대리인으로 상고심을 맡아 받은 판결입니다. 무엇을 다퉜고 대법원이 어디에 답했는지, 같은 처지의 의료인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1년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게 합니다(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 어떤 행위가 품위 손상인지는 시행령이 정하는데,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 거짓·과대 광고 등과 함께 비도덕적 진료행위가 들어 있습니다(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2호).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별표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다시 나누어, 「약사법」에 따른 허가나 신고를 받지 않은 의약품 또는 변질·오염·손상되었거나 유효기한·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를 자격정지 3개월로 정하고 있습니다(2026년 10월 현재). 기한이 몇 시간 지났는지, 몇 번이었는지는 표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 원장이 영아에게 B형간염 백신을 접종했는데, 그 백신은 전날로 유효기한이 끝난 것이었습니다. 원장은 두 시간 뒤 이를 알아차리고 보호자에게 바로 알려 재접종을 안내했고, 보건소 조사에서도 사실대로 진술했습니다. 아이에게 이상 반응은 없었습니다. 처음 내려진 자격정지 3개월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취소되었지만, 보건복지부는 1개월 15일로 다시 처분했고 1심과 항소심은 이를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상고심에서 저희가 가장 힘을 준 주장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처분 기간을 정하는 재량 단계가 아니라 처분사유가 있는지를 가리는 단계에서 따로 심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항소심은 백신의 유효기간이 36개월이나 되는데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중대한 과실을 인정했지만, 36개월은 제조일부터의 기간일 뿐 의원이 실제로 보관한 기간은 1년 2개월 남짓이었고 기한을 넘긴 시간은 하루가 채 안 되었다는 점도 거래 자료로 짚었습니다. 오류를 스스로 밝힌 의사를 무겁게 다루면 현장에서 실수를 알리기를 주저하게 된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면허자격을 정지시키는 불이익을 정당화할 정도로 도덕적 비난가능성이 있는 진료행위'라고 정의한 2026년 4월 판결(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5두34890 판결)을 인용했습니다. 이어 이 개념은 넓고 추상적인 데 비해 법이 자격정지 대상으로 정한 것은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경우뿐이므로, 넓은 의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가 모두 곧바로 자격정지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26. 10. 27. 선고 2026두30919 판결). 처분기준표의 유형에 해당하는지와, 실제로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켰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라는 뜻입니다.
대법원이 종합하라고 한 요소는 진료행위의 내용, 행위자의 인식과 개입 정도, 행위의 반복성, 공중보건이나 환자 안전에 끼친 영향, 부적절성이 밝혀진 경위, 행위 뒤의 태도와 사후조치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기한이 지난 지 하루가 안 된 접종이었고 부작용이 없었던 점, 두 시간 뒤 이를 확인하자 곧바로 보호자에게 알리고 조사에서도 숨기지 않은 점, 위반이 한 번뿐인 점, 직원의 분류 실수가 끼어든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어 심한 품위 손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사건을 맡아 보니 결론을 가른 것은 결국 사고 당일 원장이 한 일과 그 기록이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밝혀진 경위'와 '사후조치'가 판단 요소로 명시되었다는 점입니다. 실수를 감추다 적발된 경우와 스스로 드러내고 수습한 경우를 같은 무게로 다루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같은 유효기한 위반이라도 여러 차례 되풀이되었거나, 기한이 지난 줄 알고 썼거나, 환자에게 피해가 생겼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건을 항소심으로 돌려보냈을 뿐, 처분 취소를 직접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또 유효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써도 된다는 판결도 아닙니다. 대법원도 이 사건 접종을 품위를 손상시킨 행위로 볼 수는 있다고 했습니다. 달라진 것은 자격정지라는 무거운 제재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심사가 하나 더 분명해졌다는 점입니다. 같은 별표 항목에 묶인 무허가 의약품이나 변질 의약품 사용도 같은 틀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사전통지서를 받았다면 의견제출 단계에서부터 이 사정들을 하나씩 사실과 자료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거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제2항,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2호,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별표] 제2호 가목 32) 다), 대법원 2026. 10. 27. 선고 2026두30919 판결,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5두34890 판결 (확인 202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