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지점을 둔 병원의 원장이 경찰 수사 통보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하겠다는 의견 제출 안내를 받는 일이 있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묻는 것이 「그동안 받은 진료비를 전부 돌려줘야 하느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의사가 개설한 병원이라면 1인 1개소 위반이라는 사정만으로 공단이 진료비 전액을 환수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급보류, 형사처벌, 면허·업무 처분은 이와 별개로 진행될 수 있어 구분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습니다(의료법 제33조 제8항). 또 다른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습니다(제4조 제2항). 명의상 원장이 따로 있어도 다른 지점의 자금, 인사, 수익 배분, 폐업·이전 같은 경영 결정을 실제로 쥐고 있다면 중복 운영으로 문제 됩니다. 반대로 같은 상호를 쓰거나 교육·구매를 함께하는 협력만으로 곧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33조 제8항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제87조의2 제2항 제2호). 의료기관은 1년 범위의 업무정지나 개설허가 취소·폐쇄 대상이 되고(제64조 제1항 제1호의2·제4호의3), 의사 개인은 자격정지 3개월이 기준입니다(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별표 2. 가. 24)). 수사와 행정처분은 따로 진행되므로, 한쪽이 끝났다고 다른 쪽이 정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단은 그동안 중복 운영된 병원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라거나, 진료비를 받은 것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거나 환수해 왔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은 목적과 규율 대상이 다르고, 중복 운영되거나 다른 의료인 명의로 운영된 병원도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이 연 곳이라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없으며, 개설 명의자인 의료인이 한 진료도 요양급여 기준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질적으로 다르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료인이 의료법에 따라 개설해 요양급여를 실시했다면 중복 운영이나 명의 차용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비용 지급을 거부하거나 환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두36485 판결, 같은 날 2016두56370 판결도 같은 취지).
첫째, 지급보류입니다. 공단은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4조 제2항,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하면 의견 제출 기회를 준 뒤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고, 그 효력은 이후 청구분에도 미칩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제2항).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선고 이후 진료분은 지급할 수 있고, 무죄 확정 등으로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보류된 금액에 법정이자를 더해 지급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3항·제4항). 환수가 막혀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자금 흐름이 묶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둘째, 다른 부당청구가 함께 있는 경우입니다. 판결도 진료가 요양급여 기준에 미달하거나 이를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을 것을 전제로 했습니다. 실제로 진료하지 않은 의사 명의로 청구했거나 인력 기준을 맞추지 못한 채 가산을 받았다면 그 부분은 제57조 제1항의 부당이득 징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현행 제57조 제2항 제3호는 의료법 제4조 제2항·제33조 제8항 위반 의료기관의 개설자에게 연대 납부를 시킬 수 있다고 정하지만, 그 전제는 제1항의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비용을 받은 경우입니다.
셋째, 개설 자격 자체가 없는 사람이 실제 개설자인 경우입니다. 판결은 의료인이 개설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으므로, 비의료인이 의사 명의를 빌려 연 병원(제33조 제2항 위반)은 이 판결로 보호되지 않습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지점별 원장이 인사·자금·폐업 결정을 독자적으로 했는지, 수익이 지분·배당·과도한 수수료 형태로 한 사람에게 모였는지가 핵심입니다. 공단 단계에서는 지급보류 전 의견 제출 기한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환수 고지가 나오면 그 근거가 중복 운영 자체인지, 별도의 청구 기준 위반인지부터 나눠 봐야 합니다. 공단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 안에 문서로 해야 합니다(제87조 제1항·제3항).
장부나 결재 기록을 사후에 정리한다며 고치는 것은 오히려 새로운 혐의가 됩니다. 있는 자료를 그대로 보존한 채 위 구분에 따라 쟁점을 좁히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길입니다.
근거의료법 제4조 제2항, 제33조 제2항·제8항, 제64조 제1항 제1호의2·제4호의3, 제87조의2 제2항 제2호,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별표 2. 가. 24),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57조 제1항·제2항, 제87조,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두36485 판결,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두56370 판결 (확인 2026.11.4.)